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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멋쩍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쳐내는 것을 내가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가능한 범위라면 돕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음에도 곤경에 빠진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 해도 '외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모두가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단점으로 어떠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할 때, 그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이가 돕는다면 그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도운 사람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단점을 메꿔줄 도움을 얻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대장장이는 낫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농사는 짓지 못하기에, 농부에게 쌀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그리고 농부는 낫과 쟁기 등의 농기구가 없다면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대장장이에게서 농기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분업을 함으로써, 각각의 개인은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살려 한가지 일을 깊이있게 파고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식과 경험들은 해당 분야를 더 발전시킨다. 한 사람이 농사와 대장간 일을 동시에 배워 어느 것도 능통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서로 협동함으로써 살아간다. 그리고 주지 않고 받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손해만 보고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움을 주는 것을 미래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것과 유사하게 본다. 타인의 곤경을 도와준다면,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도와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게 올 곤경을 보다 쉽게 넘어 갈 수도 있을 것이기에, 나는 도움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도 어찌보면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나를 비난하고자 한다면 나는 어찌 할 수 없다. 사실이니까.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 팔 안의 사람이 무사하길 원하는 한편, 내 팔 밖의 사람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지도,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거나 구호활동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은 탈 없길 바라면서도, 아프리카 빈민굴의 사람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그저 내 앞에 놓인 행복을 바라는 위선자이다. 

마치 평범한 모든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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