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비정상적이다, 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어투로 쓰인다. 그리고 정상적이다, 라는 말은 비교적 온건한 상황에서 쓰인다.

 

정상. 한자의 뜻풀이로 직역하자면 바른 상태라는 의미를 갖는 이 단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단어이다.

'바르다'는 기준은 누가 정의한단 말인가? 그리고 '올바르다'고 불리는 것들이, 과연 먼 훗날에도 올바를 것이라 누가 확답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에 중국에서는 '전족'이란 풍습이 있었다. 여성의 발을 어릴때부터 작디작은 신발에 욱여넣고 작게 만드는 풍습이다.

이것은 그 당시에는 '올바른' 풍습이었다. 전족을 한 이들은 '정상'이었고, 하지 않은 이들은 '비정상'으로 불리며 멸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전족이 비인도적이고 잔인하며 차별적인 악습이었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한다.

 

과거의 '정상'이 현재의 '비정상'이 되어버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휘청거리는 잣대를 가진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머릿수'이다. 한 사회 안에서 A가 B보다 많다면, A는 '정상'이자 '바름'이고 '정의'가 된다. 

그리고 B는 '보통'과 다른, '비정상'적인 '불순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어느순간 B가 A보다 많아진다면? A가 쥐고 있던 '정상'이란 왕좌는 B의 손에 찬탈된다. 그리고 A는 과거 B가 받았던 것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이렇듯 '정상'과 '비정상'은 서로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정의이다. 한마디로, 지속적이지도 않고 딱 맞지도 않는, 잘못된 정의이다. 두개를 서로 다른 대상을 놓고, 흑백논리를 갖다대어 옳고 그름을 나누어버렸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것이 2개 있다면, 어느것도 '틀린'것은 아니다. 

현재 A가 다르고 B가 다르다면, A와 B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정의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결이 다른 두개의 무언가를 볼때, A가 틀리고 B가 맞다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이것은 꽤 위험한 생각이다.

이 '옳음'이란 것은, 사회적 인식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A와 B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을 선호한다.

A를 편들고  B를 비난하다가, 어느순간 B가 맞게 된다면? 과거 B를 비난했던 행동은 악행이 되어버린다.

적어도 나는 유동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선과 악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반응형
LIST

'일상의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는 논리회로가 아니다  (0) 2022.10.17
누구도 악역을 자처하지 않는다.  (0) 2022.10.11
현대판 신분제?  (0) 2022.10.11
착하다는 거짓말  (0) 2022.10.11
행복한 삶이란?  (0) 2022.10.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