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정말 옆에서 보면 무서울 정도로 피터지게 공부한다.

초등, 중등 기본교육과정만 쳐도 도합 6년을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일매일.

그렇게 힘겹게 지식들을 머릿속에 욱여넣는다.

 

하지만, 그 지식을 쓰지는 못한다.

 

당장 영어만 해도, 평균 이상(상위50% 이상)의 영어성적을 가진 고등학생 아무나 붙잡고 외국인과 대화를 시키면,

말을 꺼내질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해당 언어를 배웠음에도, 현지인들과 소통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영어를 '배웠다'고 해도 되는 걸까?

언어의 핵심은 정보의 교류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를 배웠다. 

하지만 전혀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학교 영어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운 걸까? 도대체 이 지식으로 뭘 하려고 그렇게 피터지게 공부한 걸까?

애초에 쓸 수 있을 만한 지식이기는 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쓸데없는 노력을 그토록 열심히 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당신은 지금 당장 수능을 다시 본다면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것 같나?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지, 그 지식을 유용하게 사용하려고 배우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족보'나 '문제유형 암기', '공식화' 등의 편법들을 만들어냈고, 학생들의 점수는 그 덕택에 올라갔다.

문제는, 그 점수가 모두에게, 너무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모두가 편법을 쓰고, 모두가 좋은 성적을 갖게 되니, 누가 공부 잘하는 학생인지 판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시험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그에 맞추어 개량된 편법이 활개친다. 문제의 난이도가 오르니 교육되는 정보의 난이도도 덩달아 높아져만 간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쯤 되면 공부와 교육의 목적이 와전되어 버린거 같지 않은가?

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행하는 활동이다. 

공부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어째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은 쭉정이를 걸러내어 '공부잘하는 학생'을 추출하기 위한 과정이고,

공부는 그런 '공부잘하는 학생'이 되어 '선택'되고자 하는 노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