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코딩?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코딩을 정규과목으로써 가르치려는 시도가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국민들을 위한 기본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전 국민이 평등하게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돈이 없어도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모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지식과 지혜를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국어, 수학, 사회, 도덕, 과학. 기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 알아야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식들이다.

그런데, 코딩같은, 공학계열의 전문지식을, 이러한 기관에서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가르친다? 이건 좀 어딘가 어긋났다.

이렇게 그때그때 급부상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항상 기본교육과정에서 넣고 빼고를 반복할 것인가?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팬데믹이 계속 진행되고 관련 인력이 부족해질 경우, 그때는 정규교육과정에서 코딩을 빼고 생물학과 약학을 넣을 것인가? 이건 아니다.

코딩은 전문기술이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배우기에는 꽤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특정한 분야에 대한 특정한 전문지식을 기본 교육기관에서 가르친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해당 분야로의 진로설정에 대한 강제력을 더하는 꼴이다.

코로나 예시로 돌아서 보면 어느정도 이해 될 것이다. 정규교육과정에 생물학이나 약학 같은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가르치려 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어른들의 강제력이 부과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각각의 아이들의 개성과 타고난 재능의 방향은 서로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가게 될 진로 또한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길과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기본적인 소양을 닦을 수 있을 정도로만 가르치는 것이면 몰라도,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르칠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재능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 수업에 참여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 자체가 큰 고역이자 부담이 된다.

이러한 시도가 무산되어서 나는 굉장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규교육과정은, 아무리 재밌는 분야이더라도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게, 시험을 통해 경쟁을 부추기고, 실습이나 각자의 도전 없이, 그저 선생님만 말하는 교실 안에서 선생님의 말을 머릿속에 욱여넣게 되는 것인데 재미있을 턱이 없다.
또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을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할 경우, 외우는 것 만으로는 절대 전문기술을 얻을 수 없다. 지게차에 대해 모는 법을 책으로 배우고, 심지어 엔진의 원리와 각 부품의 세부원리에 대해 암기했다 해도, 지게차를 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코딩도 마찬가지이다. 아는 것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명망있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브라질의 과학교육 수업을 참관할 당시, 학생들이 모두 과학용어의 사전적 정의를 읊을 수 있지만, 해당 용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예를 들지 못하는 상황을 보며, “학생들이 문장을 외우고, 커서 선생이 되어 배운 내용을 그대로 자신의 학생에게 외우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문장에 담긴 지식을 전혀 사용할 줄 모를 것이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브라질 교육부의 책임자에게 일갈했다 한다. 이것은 죽은 지식이다.
단순히 문장을 외우고, 제대로 외웠는지 시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경험과 응용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대부분 거의 쓸모가 없다. 코딩도 그렇다.



<요약>
1. 코딩은 전문지식으로, 어린아이들이 배우기 힘들다.

2. 정규교육과정은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곳이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어린이들의 미래에 어른의 사정에 의한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3.정규교육과정은 재밌는 분야의 경우에도 시험과 의무 등의 경쟁과 강제력에 의해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코딩은 재밌는 분야인데, 정규교육과정에 넣음으로써 어린아이들이 그때부터 코딩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되는 꼴을 나는 볼 수 없다.

4.정규교육과정에 경험이 필요한 전문기술을 넣어 학교에서 가르쳐도, 정규교육과정이란 틀에 맞춰 욱여넣는다면 애초에 학생들이 배워도 소용이 없다.